겉잡다 걷잡다 차이, ‘겉잡을 수 없이’가 틀린 이유

겉잡다 걷잡다 차이 비교 - 대강 헤아리면 겉잡다, 흐름을 붙잡으면 걷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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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겉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라는 문장, 어디선가 본 적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문장은 틀렸습니다.
맞는 표기는 걷잡을 수 없이입니다.
겉잡다 걷잡다 차이는 뜻이 완전히 다른데도 발음이 똑같아서 자주 뒤바뀝니다.

두 단어는 [걷짭따]로 완전히 똑같이 소리 납니다.
그래서 눈에 익은 대로, 또는 소리 나는 대로 아무거나 골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뜻을 알면 순간적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겉잡다 걷잡다 비교 - 대강 헤아리면 겉잡다, 흐름을 붙잡으면 걷잡다
겉잡다 걷잡다 비교 – 뜻과 예문으로 확인하기

겉잡다 — 겉으로 보고 대강 헤아리다

겉잡다는 ‘겉’과 ‘잡다’가 합쳐진 말입니다.
‘속’의 반대말인 그 ‘겉’에서 나온 그대로, 겉모습만 보고 대강 짐작한다는 뜻입니다.
정확한 계산이 아니라 대략적인 헤아림을 말할 때 씁니다.

  • 예산을 겉잡아 말하면 500만 원 정도다.
  • 겉잡아도 참석 인원이 100명은 넘는다.
  • 정확히는 모르지만 겉잡아 짐작해 보았다.

세 문장 모두 ‘대강, 대략’이라는 말로 바꿔도 뜻이 통합니다.
이 자리에는 겉잡다만 옵니다.

걷잡다 — 흐르는 형세를 거두어 붙잡다

걷잡다는 ‘거두다’에서 온 ‘걷다’와 ‘잡다’가 결합한 말입니다.
한쪽으로 치우쳐 흘러가는 형세를 붙들어 잡는다는 뜻이거나, 마음을 진정시키고 억제한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그래서 불길, 물가, 소문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대상과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 화가 나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세 문장 모두 흐름이 커지거나 감정이 격해지는 상황입니다.
이 자리에는 걷잡다만 옵니다.

구분 기준은 하나, ‘수 없이’

겉잡다 걷잡다 차이를 매번 뜻으로 따지기는 번거롭습니다.
가장 확실한 건 뒤에 붙는 표현입니다.
‘수 없이’가 붙으면 예외 없이 걷잡다입니다.
겉잡다는 ‘수 없이’와 함께 쓰이지 않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그런 용례는 나오지 않습니다.

  • 겉잡을 수 없이 (X) → 걷잡을 수 없이 (O)
  • 걷잡아 말하면 (X) → 겉잡아 말하면 (O)

‘대강’이 자연스러우면 겉잡다

문장에 ‘대강’, ‘대략’, ‘어림잡아’ 같은 말을 넣어도 뜻이 통한다면 겉잡다를 쓸 자리입니다.
반대로 ‘번지다’, ‘퍼지다’, ‘치솟다’처럼 흐름이 커지는 동사와 어울리면 걷잡다입니다.
둘 중 어느 쪽으로도 뜻이 안 통하는 문장은 애초에 이 단어를 쓸 자리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어원으로 완전히 갈라놓기

두 단어는 뿌리부터 다릅니다.
겉잡다의 ‘겉’은 표면, 외형을 뜻하는 명사이며 ‘속’과 짝을 이룹니다.
걷잡다의 ‘걷’은 ‘거두다’ 계열의 어근으로, 흩어진 것을 한데 모아 붙잡는 동작을 나타냅니다.
전혀 다른 두 글자가 우연히 같은 소리로 겹친 셈입니다.
뜻의 뿌리를 한 번 알아 두면 발음이 같아도 헷갈릴 일이 줄어듭니다.

‘걷다’에도 뜻이 두 가지 있습니다

걷잡다가 왜 헷갈리는지는 ‘걷다’라는 동사를 들여다보면 실마리가 풀립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걷다는 다리로 걸어간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국어사전에는 또 다른 걷다가 있습니다. 빨래를 걷다, 세금을 걷다처럼 흩어진 것을 거두어 모은다는 뜻의 걷다입니다.
걷잡다의 ‘걷’은 바로 이 두 번째 걷다, 즉 거두다 쪽에서 나온 말입니다.
‘걸어간다’는 뜻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걸 알면 겉잡다 걷잡다 차이가 한결 선명해집니다.
흘러가는 형세를 거두어들여 붙잡는다는 그림을 떠올리면 걷잡다의 뜻이 오래 남습니다.

치환 테스트로 한 번 더 확인하기

뜻이 아직 헷갈린다면 자리에 다른 말을 넣어 보는 방법이 가장 빠릅니다.
겉잡다 자리에는 ‘어림잡아’를 넣어 보세요. 말이 자연스럽게 통하면 겉잡다가 맞습니다.
걷잡다 자리에는 ‘가누다’

  • 비용을 어림잡아 계산하면 → 자연스러움 → 겉잡다
  • 화를 가눌 수 없었다 → 자연스러움 → 걷잡다
  • 불길을 어림잡을 수 없이 번졌다 → 어색함 → 겉잡다는 오답

이 치환이 자연스러운 쪽으로 고르면 실수할 확률이 크게 줄어듭니다.

실제 문장에서 자주 틀리는 예

  •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X) →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O)
  • 걷잡아 계산해도 예산이 부족하다 (X) → 겉잡아 계산해도 예산이 부족하다 (O)
  • 불길이 겉잡을 수 없이 번졌다 (X) →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O)
  • 겉잡아도 손해가 크다 (O) · 손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O)

공통점은 뚜렷합니다.
대상을 어림잡아 계산할 때는 겉잡다, 상황이 걷잡히지 않고 번져 나갈 때는 걷잡다입니다.

뉴스에서는 대부분 걷잡다입니다

기사 헤드라인을 떠올려 보면 구분이 한결 쉬워집니다.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뛰었다’, ‘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처럼 사회 전체의 흐름을 다룰 때는 거의 언제나 걷잡다입니다.
반대로 겉잡다는 개인이 머릿속으로 어림해 보는 상황, 이를테면 ‘겉잡아도 손님이 50명은 되겠다’처럼 규모가 작고 사적인 계산에서 주로 등장합니다.
이 대비만 기억해도 실제 글을 쓸 때 어느 쪽을 골라야 할지 감이 훨씬 빨리 잡힙니다.

겉잡다 걷잡다 차이, 한 줄로

대강 헤아리면 겉잡다, 흐름을 붙잡거나 진정시키면 걷잡다입니다.
‘수 없이’가 오면 무조건 걷잡다, 이 하나만 기억해도 실수는 거의 사라집니다.
반대로 ‘대강’이 어울리는 자리에 걷잡다를 쓰는 실수도 똑같이 줄어듭니다.
발음만 듣고는 절대 구분할 수 없는 말이니, 글을 쓸 때마다 뜻을 한 번씩 떠올리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가장 확실합니다.

발음이 같아 헷갈리는 말은 이 밖에도 많습니다.
금세 금새 차이가름 갈음 가늠 차이도 함께 보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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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뜻풀이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직접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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