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춥던지’와 ‘얼마나 춥든지’.
둘 중 맞는 것은 춥던지입니다.
던지 든지 차이는 소리가 거의 같아 눈으로는 잘 안 갈립니다.
그런데 기준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지난 일을 떠올리면 던지, 여럿 중에 고르면 든지입니다.
이 하나만 잡으면 대부분의 문장이 정리됩니다.
던지 든지 차이가 어려운 건 규칙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두 소리가 거의 똑같이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귀에 기대지 말고 뜻으로 가려야 합니다.

맞춤법에 규정으로 못 박혀 있습니다
이 둘은 느낌으로 고르는 게 아닙니다.
한글맞춤법 제56항이 아예 규정으로 정해 두었습니다.
첫째, 지난 일을 나타내는 어미는 ‘-던’으로 적는다.
둘째, 물건이나 일의 내용을 가리지 않는 뜻을 나타내는 말은 ‘-든지’로 적는다.
쉽게 말하면 과거는 던, 선택은 든입니다.
받침의 모음 하나가 이 둘을 가릅니다.
-던지 — 지난 일을 떠올릴 때
표준국어대사전은 ‘-던지’를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과 관련시키는 데 쓰는 연결 어미’로 풀이합니다.
핵심은 겪은 일이나 그 정도를 회상한다는 데 있습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그게 어느 정도였는지 뒤 문장으로 잇습니다.
- 어찌나 춥던지 손이 곱아 펴지지 않았다.
- 얼마나 울던지 눈이 퉁퉁 부었다.
- 그날 밤이 어찌 그리 길던지.
- 음식이 얼마나 맵던지 물을 세 잔이나 마셨다.
‘얼마나’, ‘어찌나’ 같은 말과 잘 어울립니다.
지난 경험의 정도를 강조하는 자리라면 던지가 맞습니다.
-든지 — 여럿 중에 고를 때
‘-든지’는 나열된 것 중에서 어느 것을 골라도 상관없음을 나타냅니다.
‘-든’으로 줄여 쓰기도 합니다.
선택하거나 양보하는 자리에 쓰입니다.
- 사과든지 배든지 마음대로 먹어라.
- 가든지 오든지 알아서 해라.
- 무엇을 하든지 최선을 다해라.
- 비가 오든지 말든지 우리는 떠난다.
보다시피 ‘A든지 B든지’처럼 짝을 이루는 일이 많습니다.
고르거나 개의치 않는다는 뜻이면 든지입니다.
가장 확실한 판별법, ‘거나’로 바꿔 보기
던지 든지 차이가 여전히 애매할 때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 ‘거나’를 넣어 보는 것입니다.
‘거나’로 바꿔 말이 되면 든지입니다.
선택과 양보의 든지는 ‘거나’와 뜻이 통하기 때문입니다.
- 가든지 오든지 → 가거나 오거나 → 말이 된다 → 든지
- 춥던지 → 춥거나? → 어색하다 → 던지
반대로 ‘거나’로 바꿨을 때 뜻이 어긋나면 던지입니다.
회상을 나타내는 던지는 ‘거나’와 바꿔 쓸 수 없습니다.
한 번만 넣어 보면 답이 바로 나옵니다.
또 하나의 신호, 짝으로 나오는가
문장 안에서 두 번 이상 나란히 나온다면 대개 든지입니다.
‘가든지 말든지’, ‘이것이든지 저것이든지’처럼 짝을 이루는 구조는 선택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던지는 홀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얼마나 춥던지’처럼 한 번만 나오고 과거의 정도를 나타냅니다.
정리하면 판단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짝을 이루는지 보고, 그다음 ‘거나’로 바꿔 보고, 마지막으로 과거 회상인지 떠올리면 됩니다.
세 가지 중 하나만 걸려도 답은 분명해집니다.
‘-지’만이 아닙니다, 던가·던데도 같은 규칙
던지 든지 차이의 원리는 ‘-던지·-든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던’과 ‘든’이 붙는 다른 말에도 똑같이 통합니다.
과거를 떠올리면 던, 선택이나 양보면 든입니다.
- 그렇게 좋던가? (지난 일을 되물음) · 무엇을 먹든가 상관없다 (선택)
- 말 잘하던데 (지난 인상을 떠올림) · 가든지 말든지 (선택)
그래서 하나의 기준만 익혀 두면 여러 표현에 두루 쓸 수 있습니다.
‘던’ 계열은 과거, ‘든’ 계열은 선택.
모음 ㅓ와 ㅡ의 차이가 시간과 선택을 가른다고 기억하면 편합니다.
관형사형 ‘-던’과 ‘-든’도 헷갈립니다
서술어를 꾸미는 자리에서도 이 둘이 부딪힙니다.
‘-던’은 과거에 겪은 일을 꾸밀 때 씁니다.
‘내가 자주 가던 식당’, ‘어릴 때 살던 동네’처럼요.
모두 지난 시절의 일입니다.
반면 순수한 선택을 나타내는 관형사형은 잘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가 가든 식당’처럼 적으면 어색하거나 틀린 문장이 됩니다.
무언가를 꾸미면서 과거의 경험을 담고 있다면 십중팔구 ‘-던’입니다.
‘살든 집’이 아니라 ‘살던 집’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문장에서 특히 많이 틀립니다
실제 글에서 자주 어긋나는 자리를 바른 표기와 나란히 두었습니다.
- 얼마나 기쁘든지 몰라요 (X) → 얼마나 기쁘던지 몰라요 (O)
- 싫던지 좋던지 결정해 (X) → 싫든지 좋든지 결정해 (O)
- 어찌나 빠르든지 놓쳤다 (X) → 어찌나 빠르던지 놓쳤다 (O)
- 오던지 말던지 상관없다 (X) → 오든지 말든지 상관없다 (O)
과거의 정도를 말하는데 든지를 쓰거나, 선택을 말하는데 던지를 쓰면 틀립니다.
위 기준에 하나씩 대어 보면 어느 쪽이 맞는지 금방 드러납니다.
특히 ‘얼마나 ~던지’ 꼴은 통째로 외워 두면 편합니다.
이 자리에는 예외 없이 던지가 오기 때문입니다.
던지 든지 차이, 한 줄로
지난 일을 떠올리면 던지, 여럿 중에 고르면 든지입니다.
‘얼마나 ~던지’는 과거의 정도, ‘A든지 B든지’는 선택.
헷갈리면 ‘거나’를 넣어 보세요.
말이 되면 든지, 어색하면 던지입니다.
규정도 뜻도 이 한 줄로 모입니다.
발음이 비슷해 헷갈리는 우리말은 이것 말고도 많습니다.
금세 금새 차이와 좇다 쫓다 차이도 함께 보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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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과 뜻풀이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직접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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