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삭히려고 애썼다’라는 문장,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틀렸습니다.
맞는 표기는 삭이려고입니다.
삭이다 삭히다 차이는 둘 다 표준어이지만 쓰이는 자리가 완전히 다릅니다.
모두 ‘삭다’에서 나온 사동사라 형태가 비슷해서 자주 뒤바뀌는데, 정확한 구분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삭이다 — 화나 긴장이 가라앉다
삭이다는 화, 분노, 긴장처럼 격해진 감정이나 기운이 풀려 가라앉는다는 뜻입니다.
몸속의 가래나 체증이 내려가는 경우에도 씁니다.
- 억지로 화를 삭이려 애쓰지 말아라.
- 분을 삭이지 못해 밤새 뒤척였다.
- 가래를 삭이는 데 좋은 차를 마셨다.
삭히다 — 발효시켜 맛을 들이다
삭히다는 김치, 젓갈, 식혜처럼 음식을 발효시켜 맛이 들게 한다는 뜻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화학적으로 삭는 과정을 가리킵니다.
- 김치를 오래 삭혀서 묵은지를 만들었다.
- 멸치젓을 반년쯤 삭혔다.
- 엿기름으로 밥을 삭혀 식혜를 끓였다.
- 과메기를 며칠 더 삭혀야 제맛이 난다.
발효 음식이 많은 우리 식문화 특성상, 삭히다는 김치와 젓갈은 물론 홍어·식혜·막걸리처럼 다양한 발효 식품 설명에 두루 등장합니다.
왜 이렇게 자주 뒤바뀔까
두 말은 모두 ‘무엇이 삭다’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사동사입니다.
‘삭다’ 자체가 ‘발효되다’와 ‘풀려 가라앉다’ 두 뜻을 함께 가지고 있다 보니, 여기서 갈라져 나온 삭이다와 삭히다도 형태가 거의 같아 보여 헷갈리기 쉽습니다.
특히 ‘화를 삭히다’처럼 감정 자리에 발효를 뜻하는 삭히다를 잘못 끌어다 쓰는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기본형 ‘삭다’로 거슬러 올라가기
두 사동사를 확실히 구분하려면 기본형 ‘삭다’의 두 가지 뜻을 먼저 떠올리는 게 도움이 됩니다.
첫째, 발효나 화학 작용으로 물질이 변한다는 뜻입니다. ‘김치가 삭다’, ‘밧줄이 삭다’처럼 시간이 지나며 성질이 바뀌는 경우입니다.
둘째, 감정이나 기운이 풀려 가라앉는다는 뜻입니다. ‘화가 삭다’, ‘체증이 삭다’처럼 격했던 상태가 누그러지는 경우입니다.
삭히다는 이 중 첫 번째 뜻에, 삭이다는 두 번째 뜻에 사동 접미사가 붙어 갈라져 나온 말입니다.
뿌리는 같지만 갈라지는 지점이 다르다는 것만 기억해도 두 말을 헷갈릴 일이 크게 줄어듭니다.
구분 테스트 — 발효 여부로 판단하기
헷갈릴 때는 그 자리가 실제로 발효되는 상황인지만 따져 보면 됩니다.
시간과 미생물의 작용으로 맛이 드는 상황이면 삭히다, 감정이나 기운이 누그러지는 상황이면 삭이다입니다.
- 김치가 발효된다 → 삭히다
- 화가 누그러진다 → 삭이다
실제 문장에서 자주 틀리는 예
- 화를 삭히기 위해 산책을 나갔다 (X) → 화를 삭이기 위해 산책을 나갔다 (O)
- 분노를 삭히지 못했다 (X) →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O)
- 홍어를 삭이는 데 보름이 걸린다 (X) → 홍어를 삭히는 데 보름이 걸린다 (O)
감정 쪽에 삭히다를 쓰거나, 발효 쪽에 삭이다를 쓰는 두 방향 모두 실수가 흔합니다.
자주 나오는 질문
Q. ‘삭다’ 자체는 어떻게 쓰이나요?
‘삭다’는 사동사 없이도 그대로 쓰입니다. ‘밧줄이 삭아서 끊어졌다’처럼 물건이 낡아 힘을 잃는다는 뜻, ‘분이 삭았다’처럼 감정이 가라앉는다는 뜻 둘 다 가능합니다.
Q. 소화가 안 될 때도 삭이다를 쓸 수 있나요?
네. ‘체한 것을 삭이다’처럼 몸속의 답답한 기운이 풀리는 경우에도 삭이다를 씁니다. 발효와 무관하게 무언가 누그러지고 풀리는 상황이라면 삭이다 쪽입니다.
Q. 두 말을 한 문장에서 같이 쓸 수도 있나요?
네, 오히려 두 말의 차이를 설명할 때 자주 함께 등장합니다. ‘김치는 삭히고 화는 삭인다’처럼 나란히 쓰면 뜻 차이가 오히려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일상 대화에서 자주 나오는 자리
삭이다는 다툼 뒤의 감정, 억울함, 짜증처럼 사람 사이의 감정을 다룰 때 특히 자주 등장합니다.
삭히다는 반대로 김장철, 젓갈 담그기, 장 담그기처럼 계절 음식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따라 나옵니다.
이렇게 등장하는 맥락 자체가 크게 다르다는 점도 두 말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삭이다 삭히다 차이를 기억하는 팁
삭이다 삭히다 차이가 헷갈릴 때마다 이 글의 발효 테스트를 떠올려 보세요.
시간이 지나 맛이 드는 상황인지, 감정이 가라앉는 상황인지만 구분하면 두 번 다시 틀리지 않게 됩니다.
삭이다 삭히다 차이, 한 줄로
화나 긴장이 풀려 가라앉으면 삭이다, 음식이 발효되어 맛이 들면 삭히다입니다.
그 자리가 실제 발효 상황인지만 따지면 실수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화를 삭히다’처럼 감정 자리에 발효를 뜻하는 말을 쓰지 않도록 특히 주의하면 됩니다.
발음이나 형태가 비슷해 헷갈리는 말은 이 밖에도 많습니다.
무릅쓰다 무릎쓰다 차이와 채 체 차이도 함께 보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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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뜻풀이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직접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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