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을 지양합니다.’
회사 소개서에서 이 문장을 보면 난감해집니다.
친환경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거든요.
지양 지향 차이는 한 글자 차이지만 뜻이 정반대입니다.
지향은 그쪽으로 가는 것이고, 지양은 그것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둘을 바꿔 쓰면 맞춤법 하나 틀리는 정도로 끝나지 않습니다.
하려던 말의 반대가 됩니다.

두 단어는 ‘지’부터 다른 글자입니다
발음이 같으니 같은 ‘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아닙니다.
지양의 지는 그칠 지(止)입니다.
정지(停止), 금지(禁止)에 들어가는 그 글자입니다.
지향의 지는 뜻 지(志)입니다.
의지(意志), 지원(志願)의 志와 같습니다.
한쪽은 멈추라는 글자고, 다른 쪽은 마음이 향한다는 글자입니다.
애초에 남남인 두 단어가 발음만 같은 것뿐입니다.
지향, 뜻이 쏠려서 향하는 것
표준국어대사전은 지향(志向)을 ‘어떤 목표로 뜻이 쏠리어 향함. 또는 그 방향이나 그쪽으로 쏠리는 의지’로 풀이합니다.
목표가 있고, 거기로 마음이 기울어 간다는 뜻입니다.
대개 ‘추구하다’로 바꿔도 말이 통합니다.
- 우리 회사는 친환경 경영을 지향한다.
-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지향합니다.
- 그는 실용주의를 지향하는 정치인이다.
- 이 브랜드는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지향한다.
목적어 자리를 보세요.
하나같이 좋다고 여기는 것, 되고 싶은 모습이 옵니다.
지양, 그냥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지양(止揚)의 사전 뜻풀이는 조금 독특합니다.
‘더 높은 단계로 오르기 위하여 어떠한 것을 하지 아니함.’
단순히 안 한다가 아니라 더 나아지려고 안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한자를 보면 이유가 드러납니다.
그칠 지(止)에 오를 양(揚), 멈춰서 오른다는 뜻입니다.
이 묘한 조합에는 내력이 있습니다.
지양은 원래 헤겔 변증법의 독일어 낱말 아우프헤벤(aufheben)을 옮긴 번역어입니다.
이 독일어에는 버린다는 뜻과 보존해서 높인다는 뜻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일본 학자들이 이것을 止揚으로 옮겼고, 우리가 그대로 받아 쓰게 됐습니다.
버리되 더 나은 단계로 올라간다는 뉘앙스가 사전 뜻풀이에 그대로 남은 셈입니다.
그래서 지양의 목적어에는 고쳐야 할 것이 옵니다.
-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합시다.
- 근거 없는 비방은 지양해야 합니다.
- 야근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를 지양한다.
- 회의에서 인신공격성 발언은 지양하기로 했다.
금지와도 결이 다릅니다.
금지는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고, 지양은 더 나은 쪽으로 가려고 스스로 줄이는 것입니다.
‘지양합시다’에 권유하는 말투가 어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렇게 쓰면 정반대가 됩니다
지양 지향 차이를 놓치면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실제로 회사 소개서와 자기소개서에서 자주 보이는 자리입니다.
- ‘고객 만족을 지양합니다’ → 고객 만족을 하지 않겠다는 말.
→ 고객 만족을 지향합니다. - ‘권위적인 조직 문화를 지향합니다’ → 권위적으로 가겠다는 말.
→ 권위적인 조직 문화를 지양합니다. - ‘일회용품 사용을 지향합시다’ → 일회용품을 더 쓰자는 말.
→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합시다.
세 문장 모두 맞춤법 검사기는 잡아내지 못합니다.
둘 다 실제로 있는 단어라서 그렇습니다.
결국 뜻을 알고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향이 하나가 아니라는 건 잘 안 알려져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지향을 찾으면 한자가 다른 표제어가 여럿 나옵니다.
그중 실제로 헷갈릴 만한 것이 志向과 指向입니다.
| 단어 | 사전 뜻풀이 | 쓰는 자리 |
|---|---|---|
| 지향 (志向) | 어떤 목표로 뜻이 쏠리어 향함 | 마음·가치 평등한 사회를 지향한다 |
| 지향 (指向) | 작정하거나 지정한 방향으로 나아감 | 물리적 방향 지향성 마이크 |
‘지향성’이라는 말에서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철학에서 말하는 지향성(志向性)은 의식이 어떤 대상을 향하는 작용입니다.
반면 마이크나 안테나의 지향성(指向性)은 소리나 전파가 특정 방향으로 쏠리는 성질입니다.
다만 일상 글쓰기에서 지양과 헷갈리는 쪽은 대부분 志向입니다.
목표와 가치를 말하는 자리라면 志向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지양 지향 차이, 헷갈리면 바꿔 넣어 보세요
판단이 안 설 때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 ‘추구’를 넣어 말이 되면 지향입니다.
‘자제’나 ‘삼가다’를 넣어 자연스러우면 지양입니다.
- 친환경 경영을 (추구)한다 → 말이 된다 → 친환경 경영을 지향한다
-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합시다 → 말이 된다 →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합시다
목적어만 봐도 대개 갈립니다.
좋은 것이나 되고 싶은 것이면 지향, 없애야 할 관행이면 지양입니다.
지양 뒤에 좋은 말이 붙어 있다면 십중팔구 잘못 쓴 것입니다.
한 줄로 남기면
지양 지향 차이는 결국 방향의 차이입니다.
지향은 그쪽으로 가는 것, 지양은 거기서 멈추는 것.
止(그칠 지)가 보이면 멈춤, 志(뜻 지)가 보이면 뜻이 향함.
공문서나 자기소개서에서 이 둘이 뒤집히면 하려던 말이 통째로 반대가 되니, 쓰기 전에 한 번만 확인하면 됩니다.
발음이나 뜻이 비슷해 헷갈리는 우리말은 이것 말고도 많습니다.
곤욕 곤혹 차이와 가름 갈음 가늠 차이도 함께 보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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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풀이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직접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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