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욕을 치르다’와 ‘곤혹을 치르다’.
둘 중 하나는 아예 없는 말입니다.
곤욕 곤혹 차이는 뜻을 한 번만 제대로 보면 다시 헷갈리지 않습니다.
곤욕은 내가 당한 일이고, 곤혹은 그 일 앞에서 든 마음입니다.
사건이냐 감정이냐, 여기서 갈립니다.
그래서 이 문장 하나면 정리됩니다.
“곤욕을 치러 곤혹스러웠다.”

‘곤혹을 치르다’가 안 되는 이유
실수는 거의 이 자리에서 나옵니다.
‘치르다’는 어떤 일을 겪어 낸다는 뜻이라, 앞에 사건이 와야 말이 됩니다.
시험을 치르고, 장례를 치르고, 홍역을 치릅니다.
그런데 곤혹은 사건이 아니라 어찌할 바를 모르는 마음입니다.
마음은 겪어 내는 대상이 아닙니다.
‘곤혹을 치르다’가 어색한 건 그래서입니다.
치르고 겪고 당하는 자리에는 언제나 곤욕이 옵니다.
곤욕, 밖에서 닥쳐온 일
표준국어대사전은 곤욕(困辱)을 ‘심한 모욕. 또는 참기 힘든 일’로 풀이합니다.
한자가 뜻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괴로울 곤(困)에 욕될 욕(辱), 욕된 일을 당한다는 뜻입니다.
핵심은 나에게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입니다.
- 사흘 내내 항의 전화에 시달리는 곤욕을 치렀다.
- 근거 없는 소문 때문에 한동안 곤욕을 겪었다.
- 취재진에 둘러싸여 곤욕을 당했다.
- 폭우 속에 두 시간을 서서 기다리는 곤욕을 치렀다.
- 이사 첫날부터 층간 소음으로 곤욕을 겪었다.
치르다, 겪다, 당하다가 모두 자연스럽게 붙습니다.
셋 다 사건에 어울리는 서술어입니다.
곤혹, 그 일 앞에서 든 마음
곤혹(困惑)은 ‘곤란한 일을 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름’입니다.
괴로울 곤(困)에 미혹할 혹(惑)을 씁니다.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일 앞에서 판단이 서지 않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 예상 못 한 질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아무도 답을 몰라 다 같이 곤혹에 빠졌다.
- 그의 긴 침묵이 나를 곤혹스럽게 했다.
- 갑작스러운 제안에 그는 곤혹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 어느 쪽도 고를 수 없어 한참을 곤혹스러워했다.
곤혹에는 ‘스럽다’가 붙거나 느끼다, 빠지다 같은 말이 옵니다.
모두 마음을 다루는 서술어입니다.
한자 뒷글자만 보면 잊히지 않습니다
두 단어의 뒷글자를 따로 떼어 보면 훨씬 선명해집니다.
곤욕의 욕은 욕될 욕(辱)입니다.
모욕(侮辱), 치욕(恥辱), 굴욕(屈辱)에 들어가는 바로 그 글자입니다.
하나같이 밖에서 나에게 가해지는 일입니다.
곤혹의 혹은 미혹할 혹(惑)입니다.
의혹(疑惑), 유혹(誘惑), 현혹(眩惑)의 혹과 같습니다.
이쪽은 전부 마음이 흔들리는 일입니다.
辱이 붙으면 당하는 일, 惑이 붙으면 흔들리는 마음.
이 한 줄만 붙잡고 있으면 웬만해선 헷갈리지 않습니다.
‘곤욕스럽다’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여기서 잘못 알려진 게 하나 있습니다.
‘곤혹스럽다’만 맞고 ‘곤욕스럽다’는 없는 말이라고 설명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둘 다 형용사로 올라 있습니다.
| 단어 | 사전 뜻풀이 |
|---|---|
| 곤욕스럽다 (困辱스럽다) | 곤욕을 느끼게 하는 데가 있다 |
| 곤혹스럽다 (困惑스럽다) | 곤혹을 느끼게 하는 점이 있다 |
다만 뜻이 다르니 아무 데나 바꿔 쓸 수는 없습니다.
참기 힘들고 모욕적이면 곤욕스러운 것이고, 난감해서 어쩔 줄 모르겠으면 곤혹스러운 것입니다.
“좁은 자리에 세 시간을 앉아 있으려니 곤욕스러웠다”와 “회식에서 갑자기 노래를 시켜 곤혹스러웠다”는 둘 다 맞는 문장입니다.
앞은 참기 힘들었다는 말이고, 뒤는 난감했다는 말입니다.
헷갈리면 바꿔 넣어 보세요
판단이 안 설 때 쓰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 ‘참기 힘든 일’을 넣어 말이 되면 곤욕입니다.
‘어찌할 바를 모름’을 넣어 뜻이 통하면 곤혹입니다.
- 사흘 내내 (참기 힘든 일)을 치렀다 → 말이 된다 → 곤욕을 치렀다
- 질문을 받고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 뜻이 통한다 → 곤혹스러웠다
곤욕 곤혹 차이는 서술어만 봐도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르다·겪다·당하다 앞이면 곤욕, 스럽다·느끼다·빠지다 앞이면 곤혹입니다.
곤경까지 묶어 두면 끝납니다
곤욕과 곤혹이 유독 엉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두 단어가 괴로울 곤(困)을 나눠 쓰는 데다, 받침 하나만 다르고, 둘 다 달갑지 않은 상황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이 困 자를 쓰는 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곤경(困境)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곤경을 ‘어려운 형편이나 처지’로 풀이합니다.
사건도 감정도 아닌, 내가 놓인 처지를 가리킨다는 점이 다릅니다.
- 곤욕(困辱) — 당한 일 · 곤욕을 치르다
- 곤혹(困惑) — 그때 든 마음 · 곤혹스럽다
- 곤경(困境) — 놓인 처지 · 곤경에 빠지다
셋을 한 문장에 넣어 보면 자리가 분명해집니다.
“곤경에 빠져 곤욕을 치르는 동안 그는 내내 곤혹스러웠다.”
처지는 곤경, 사건은 곤욕, 마음은 곤혹입니다.
곤욕 곤혹 차이, 한 줄로 남기면
곤욕 곤혹 차이는 결국 사건과 감정의 차이입니다.
당한 일은 곤욕, 그때 든 마음은 곤혹.
“곤욕을 치러 곤혹스러웠다”, 이 한 문장이 두 단어의 자리를 모두 보여 줍니다.
헷갈리는 순간 이 문장만 떠올리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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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름 갈음 가늠 차이도 뜻만 알면 바로 구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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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풀이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직접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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